한국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위치…
Tuesday, April 17th, 2012한국경제의 4월 15일자 기사 하나가 인터넷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 핫이슈가 되고 있다. 바로 한국 최고의 IT 회사라고 자부할 수 있는 NHN (IT 업계에 종사하지 않으면 잘 모를수도 있으니, 네이버, 한게임등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회사라고 하면 다들 바로 아실듯 하다.)의 창업자로 최고전략책임자(CSO)를 겸하고 있는 이해진 이사회 의장의 사내강연 소식이다.
기사에서 언급하고 있는 NHN의 위기론이나 직원들을 독려 하고자 한 얘기까지는 이해가 가는데, (사실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몇 가지 부분에서 시대를 거슬러 가고 있는 것 같다.
NHN이 출근 시간을 오전 10시로 정한 것은 전날 야간 근무를 새벽까지 하는 직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사내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위해 최첨단 환기 시스템을 도입했고 100만원이 넘는 의자도 제공했다. 하지만 요즘은 오후 7시에 퇴근하고 다음날 오전 10시에 출근하는 직원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 의장은 “출근 시간을 늦추고 사무 환경을 개선한 것은 절박하고 치열하게 일하는 직원들을 위했던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NHN은 노동 강도가 가장 약한 곳”이라고 비판했다.
예전에 NHN 관련 기사를 읽으며, 야근하는 직원들을 위한 배려로 의자도 좋은 것으로 바꾸어 주고 환기 시스템도 바꾸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주객이 전도되는 느낌이다. 위 인터뷰가 사실이라면, 야근하는 직원들을 배려했다기 보다는, 직원들에게 회사에 대한 불평없이 야근을 더 많이 시키기 위해서 그런 혜택들을 주었다라는 느낌밖에 들지 않는다. 그럼 야근을 하는 직원들은 좋은 의자와 최첨단 환기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고, 야근을 안 하는 직원은 사용하면 안되는 것인가? 예전에 기사를 읽으면서 직원들을 배려하는 NHN이라는 회사와 회사 리더쉽들에게 가졌던 환상이 일순간에 무너지는 것 같다.
또한 한국 최고의 IT회사의 최고전략책임가라는 직책을 가지신 분이 아직까지도 소프트웨어 개발이라는 공장에서 부품 찍어내는 것과 동일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서 참 실망이다. 위 인터뷰를 어떻게 정리했는지, 실제로 이해진 이사가 했던 말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인터뷰만 보자면 야근을 안 하기 때문에 NHN은 노동 강도가 가장 약한 곳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역시 한국은 아직도 그냥 의자에 앉아서 오랜 시간을 때우기만 하면 일을 열심히 하고 잘 하는 직원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10년전에 한국에서 3년간 일하면서 그런 문화때문에 참 많은 고민을 하고 왜 그런 문화가 정착되었을까 라는 의문을 많이 품었는데, 1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동일한 논리가 NHN의 최고전략책임가의 인터뷰에서 나왔다는 사실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해진 최고전략책임가가 하고 싶은 것들은 무엇일까?
그는 “요즘 NHN은 게임과 서비스 출시도 늦고 콘텐츠마저 ‘엣지(독창성)’가 없다는 이야기가 들린다”며 “매일 아침 구글, 애플 등 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들과 경쟁사들이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았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참 아이러니 하다. 게임과 서비스 출시가 늦고 콘텐츠의 독창성을 살려서 구글, 애플 등과 같은 글러벌 IT 기업들과 경쟁하고 싶은데, 그렇다면 그 방법이 바로 직원들이 야근을 많이하면 된다는 것인가? 정말 NHN 직원들이 야근만 많이 하면 NHN이 구글, 애플과 같은 기업들을 쫓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 의장은 “이용자의 요구를 악착같이 파악해 독하게 추진하는 기업이 결국 이겼다”며 “NHN에는 혁신이 더 이상 없고 독점적 지위로 경쟁사를 압도해 1등을 했다고 이야기하지만 IT산업 특성상 이용자를 배려하는 혁신 없이는 계속 1위를 지킬 수 없다”고 말했다.
이용자의 요구를 악착같이 파악해 독하게 추진하는 기업이 결국 이겼다고 하는데, 애플이나 구글같은 기업을 말하는 것일까? 구글의 검색기능이 애플의 아이폰이라는 제품이 이용자의 요구를 악착같이 파악해 독하게 추진했기 때문에 나온 결과물일까? 정말 애플과 구글의 리더들은 회사 직원들이 야근을 더 많이 하라고 여러가지 혜택들을 제공하고, 거기에 맞춰 모든 직원들이 야근에 야근을 거듭해서 혁신적인 결과물들을 얻은 것인지 묻고 싶다.
이 기사가 나온 이후로 많은 글들이 올라왔다. 다음의 글들도 읽어보시면 더 큰 숲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NHN 개발자들이 떠난 이유를 이해진 CSO는 정말 모를까?
사실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을 하다보면 야근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야근을 해서 좋은 제품을 만들고 새로운 혁신을 위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의의 역이 성립한다고 생각한다는 발상 자체가 이해가 안간다. 즉, 좋은 제품을 만들고 새로운 혁신을 위한 아이디어가 나오도록 야근을 해야 한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NHN의 성공신화의 바탕에 좋은 제품을 만들어내고 혁식을 위한 아이디어가 많이 나올 때 직원들이 많이 야근을 했을것이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왜 그 당시에 직원들이 야근을 많이 했는지에 대해서는 왜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모든 일이 그렇지만 소프트웨어 개발도 사람과 사람이 함께 하는 일이다. 야근이라는 팩트 하나만을 보지 말고, 더 큰 숲을 본다면 이런 인터뷰가 신문에까지 나는 일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또한 이 사건으로 말하기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실감하게 되었다. 사실 이해진 최고전략책임가도 이런 의미만을 가지고 사내강연을 하지는 않았을거라고 믿고 싶다. 자기가 전달하려는 주제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잘못된 방향으로 소개된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야근도 훌륭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데 도움이 되는하나의 요소가 될 수는 있다고 생각하고 동의한다. (물론 매일 매일 야근을 반복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제품의 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고,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믿는다.) 자기의 생각과 의견을 대중들에게 제대로 그리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 어느 분야의 어느 위치에 있든지 꼭 필요한 능력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이 기사를 읽은 바로 그날, 우연히 보게된 하나의 동영상을 공유하면서 마무리를 하고 싶다.
날개없는 선풍기로 유명해진 Dyson이라는 회사의 사내 이벤트라고 한다. 가장 빠른 고카트(go-kart)를 만드는 사내 경진대회이다. 다만 회사에서 구할 수 있는 여분의 부품(using a few Dyson spare parts)들을 사용해서 만들 수 있고, 또한 동력에 해당하는 부분은 Dyson의 모터만(all the torque they could eke out from one of our handheld motors)을 사용해야 한다. 참여하고 구경하는 엔지니어들의 정말 즐겁고 행복한 모습이 보이지 않는가? 가장 빠른 고카트를 뽑는 대회인데도 불구하고, 자기가 만든 고카트를 타고 달리는 참가자의 희열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회사의 마인드와 문화가 선풍기는 날개가 있어야 한다는 기존의 개념을 완전히 깨고, 날개 없는 선풍기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되지는 않았을까? Dyson의 리더진들은 왜 회사돈을 써 가며, 직원들의 시간을 뺏어가며 이런 사내 이벤트를 개최하는지 한국의 IT를 이끌어 가시는 분들이 한번쯤은 생각해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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